타지에서 친구 두 명이 놀라왔습니다. 광주에 처음 방문한다는 친구도 있고 시내구경을 하며 뭘 먹을지 고민했습니다. 옛날 80~90년대 외식메뉴, 결혼식 피로연 음식으로 각광받던 음식이 있습니다. 바로, 불고기 백반이죠. 저는 김밥나라나 학식메뉴로 제일 많이 먹어봤습니다. 요즘은 삼겹살, 갈비 처럼 고기를 워낙 다양하게 먹을수 있고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옛날 불고기 백반집은 요즘 찾아보기가 힘들죠. 양동시장에 가면 옛 향취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식당이 있다고 해서 친구들과 한 번 찾아봤습니다.
양동시장에서 아주 약간 떨어진 길가, 불백이라고 많이 부르죠, 불고기 백반 전문점 '해태식당'을 찾았습니다. 오래된 2층 계단을 지나면 20세기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를 간직한 해태식당 내부가 보입니다.
주력메뉴는 불백입니다. 하루 전 예약시 조기탕, 오리탕이 가능하군요, 세월을 입은 버너들이 다정해 보입니다.
토요일 점심 무렵, 식당을 어르신들이 채우고 계십니다. 어린 친구들은 저희팀밖에 보이지 않네요 ㅎㅎ 할머니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으로 방에 들어가 불백 3인분을 시켰습니다.
식당 곳곳에 이야기가 없는 물건이 없어 보입니다. 이런 식당이 앞으로 오래오래 남아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기본 상차림입니다. 6천원이라는 구성에 모자람이 없이 넘칠 정도로 탄탄한 밑반찬 짜임이 있습니다. 1인당 조기 조림 한 마리씩을 주는군요. 아주 독특한건 공기밥 외에 찰밥이 제공된다는 점 입니다! 짭쪼름하니 반찬 없이 찰밥만 먹어도 너무 맛있습니다! 이런 찰밥을 먹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네요. 또 방문한다면 불고기와 먹는 찰밥맛 때문일 것 같습니다. 친구가 찰밥을 남겨 제가 쓱싹쓱싹 해치웠습니다.
불백 1인분 6천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할 정도로 넘치는 상차림 입니다. 상추도 넉넉히 주시네요
찰밥과 반찬을 먹다보니 불백을 딱! 가져다 주십니다. 조리된 상태로 주시는데요 기억 저편에서 본 적 있던 스테인레스 불백 냄비가 정겨워 보입니다. 학식이나 김밥나라에서 보던 뚝배기 불고기와는 다른 풍성한 고기와 당면이 압도적 비주얼을 선사합니다.
3인분입니다 이게 1인분에 6천원이라니!!!!!!!!!!!!
투박해 보이지만 기본에 충실한 불고기 입니다. 그득한 당면과 고기 송송 뿌려놓은 파가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한 입 먹어보니 어디선가 먹어본 그 옛날 불고기 맛이 입안에 퍼집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기본에 충실한 불고기 입니다
고기는 촉촉하고 당면은 국물을 듬뿍 머금어 달콤 짭짤합니다. 정오만 아니었다면 소주를 한 잔 부르는 맛입니다. 다음에는 저녁에 한 번 방문해 봐야겠네요. 사실 맛이 엄청 훌룡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분위기와 찰밥을 곁들인 튼실한 반찬, 스테인레스 냄비 그득 담겨오는 푸짐한 불고기의 하모니가 한 끼를 즐겁게 해줍니다. 요즘 국밥 한 그릇이 7,8천원인데 6천원에 이렇게 맛있는 불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게 감사합니다.
정말 배가고팠었는데 배가 빵빵해져서 나왔습니다. 타지에서 놀러온 친구들도 이런 곳이 아직도 있냐며 엄지척을 날려줍니다. 밥과 반찬도 훌룡하고 무엇보다 가격이 제일 훌룡하다고 합니다. 단순히 밥을 먹는 행위가 아닌 새로운 경험을 한 것 같습니다. 오래오래오래 남아 또 찾아오고 또 찾아오고 싶은 맛집입니다. 달달한 불고기와 든든한 찰밥,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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