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남쪽, 운진항에서 15분.
배를 타면 북적한 제주에서 한 걸음 떨어져 느긋하게 걷기 좋은 섬 가파도를 만날 수 있습니다.
한 바퀴를 걷는데 느리게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한 섬입니다.
봄에는 푸릇푸릇한 청보리가 가득하다고 하네요.
제주도 서귀포시 운진항에서 15분이 채 되기 전에 도착한 섬 가파도.
차분하고 조용한 게 정말 제맘에 쏙 들어요.
느긋하게 기다렸다 배에서 마지막으로 내려 섬 쪽으로 걸어가 봅니다.
11:00에 운진항에서 출발해 14:20 가파도에서 다시 나오는 배 티켓을 끊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3시간 남짓, 가파도를 한 바퀴 돌아보기엔 충분한 시간입니다.
둘레길이 잘되어있어요, 중간에는 올레길 도장도 찍을 수 있습니다.
입구에는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도 있지만 걷는 게 좋아 뚜벅뚜벅 한 바퀴를 돌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단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밥부터 먹어봅니다.
제일 가까운 중국집으로 들어갔어요.
짬뽕은 너무 배부르고 걷기 힘들 것 같아 가볍게(??) 해물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켰습니다.
바다가 좋아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어요.
7월, 더위가 한창이었지만 땀 흘리며 먹는 짜장 맛은 기가 막힙니다.
방금 나와서 짜장면을 먹고 입천장이 까질 뻔.
맛은 그냥 동네 짜장처럼 평범하지만 올라가 있는 톳이나 해산물이 바다 풍미를 살려주네요.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길을 나섰습니다.
마을을 지나 해안가 도로를 따라 걸어봤어요.
짜장면 한 그릇 하는 사이에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이내 흩어져 혼자 호젓하게 걷기 좋았어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바다 풍경.
햇살은 뜨거웠지만 중간중간 바람이 불어 덥지만은 않았습니다.
산책 중간에 만난 가파도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쌓은 '가파어린이 소망탑'
탑을 쌓아 올린 친구들의 소망이 다 이뤄졌기를 기원합니다.
풍력발전기도 보이고 저~기 제주도 최남단 마라도도 보이네요.
날씨가 그리 맑진 않았는데 마라도가 저렇게 잘 보이다니 ㅎㅎㅎ
옛날(??), 2005년에는 조오련 3부자가 모슬포항에서 마라도 12km를 수영으로 건너가기도 했었죠 ㅋㅋㅋ
이거 기억하면 옛날 사람....????
30분쯤 천천히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걷다 보니 섬 반대편에 도착했습니다.
섬 반대편에서 마을이 있고요, 가운데를 가로질러갈 수 있는 길도 만날 수 있습니다.
배 시간이 조금 급하거나 조금 힘들다면 이곳을 가로질러가는 것도 추천해요 ㅎㅎ
반대쪽 마을에는 예쁜 글귀, 그림도 있고요 기념품 가게, 소품 가게, 식당들도 있어요.
잠깐 쉬고, 뭔가 먹고 가기 좋은 곳입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가파도 무인 카페 등대에 들러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 먹고 쉬어갔어요.
누군가 먼저 도착해있었네요.
이렇게 가파도 어업센터 바로 옆에 붙어있습니다.
오 정말 사람이 없네요.
하지만 시스템이 잘 되어있어 전혀 문제가 없었죠.
이렇게 무인 카페가 있는데요, 가격도 저렴하고 커피도 맛있어요.
아래 쓰인 설명을 따라 차근차근 따라 하면 돼요.
맥주도 팔고 있는데 카운터에 적힌 설명을 따라 결제하면 됩니다.
아아 마시기 참 쉽죠?
무인카페지만 규칙이 있는 만큼 1인 한 잔씩 음료도 시키고 그래야겠죠? ㅎㅎㅎㅎ
시원하고 예쁜 카페,
바다를 보면서 땀도 식히고 쉬고 왔어요.
벽에 걸린 청보리 그림이 참 인상적이죠? 눈이 저절로 정화되는 예쁜 그림.
저희 집에도 걸어두고 싶지만 저런 비어있는 넓은 벽이 없.... 😂😂
초록바람이 지나가는 섬 가파도
5월 청보리와 유채가 가득할 때 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그땐 하루 머물다 가도 좋겠네요.
계속 반시계 방향으로 섬을 걸어봅니다.
중간에 치유의 언덕 태봉왓(밭)이라는 곳이 있어서 올라가 봤어요.
아무도 없군요 ㅋㅋㅋ 전세 낸 것 가은 기분.
섬이 낮고 야트막해서인지 조금만 언덕이어도 섬 전체가 정말 잘 보여요.
언덕을 올라가니 보이는 정체불명의 테이블들
이곳은 어떤 용도로 쓰는 곳일까요? 😂😂
한 바퀴를 거의 다 돌아오면 보이는,
섬 입구 즈음에 위치한 소품 가게 낭꾸러기
여기를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정말!! 보물을 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사장님이 목수인데 바다로 떠밀려오는 유목들을 주워 소품이나 도마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계셔요.
아무렇게 버려지고 떠밀려온 유목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의미 있는 작업 물들을 살 수 있어요.
자세한 리뷰는 다음 포스트에 하기로 하고
시원한 미숫가루도 한 잔 테이크아웃해서 배를 타러 선착장으로 향했습니다.
청보리만 갈아 넣어 만든 미숫가루라고 하시는데, 고소한 풍미가 굉장하네요.
한 바퀴 걷느라 조금 지쳤는데 달고 시원한 거 마시고 충전 완료했습니다.
잠깐 앉아서 기다리니 배가 도착했습니다.
세 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보고 밥도 먹을 수 있어요!
가파도는 정말 소소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가득한 섬이에요.
조용히 걷고 싶을 때, 복잡한 제주를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여기 오면 정말 좋습니다.